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미리 닥쳐온 일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 것들이.


공부를 못하면, 고등학교를 못간다고 이야기를 듣고, 

이후로 공부에 대한, 그리고 시험에 대한 미친듯한 걱정이 시작됐다.


시험 전날이면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밤새 누나들 방 문, 부모님 방 문 앞에서 

불안에 떨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후로 이 불안은 비슷한 형태로 내게 다가왔다.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감 없이, 내가 한 것에 대한,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 없이 

당장 내일이 무섭고, 불안했다.


하루 종일 무엇을 할 수가 없었다.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 불안이 최근 더욱 더 심해졌다.

판단하고, 절차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하는 이 업무를 하면서부터,

또한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나는

더욱 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커져가고 있다.


오늘 이런 불안 증상에 대해 찾아보니, '불안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이 불안장애가 아닐까.


불안하고, 무섭고, 이 힘든 감정으로 인해 내 가까운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고,

이런 마음을 계속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나도 너무 힘들다. 


좀 더 버티고,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지 어언 8개월, 교육기간까지 합치면 1년이 넘었다. 그 1년동안 내가 가진 연차를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었다. 심지어, 여름 휴가까지..


가을이 오고, 휴가 가기 알맞은 기간이 오게 돼서 사랑스런 아내와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다. 통영 여행을 가기 전, 1년 여만에 가는 휴가 이기에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통영과 관련된 많은 숙소들을 뒤적뒤적이기 시작했다. 마리나 콘도, 거북선 호텔 등등 통영 시내의 다수 호텔이나 숙박 업체가 확인되었고, 그 중 스탠포드라는 새로 생긴 호텔도 보게 되었다. 스탠포드 호텔은 2017년에 지어진 건물로, 옥상에 수영장도 있고, 조식도 너무 맛있게 보였다. 그리고 방안에서 통영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격이 조금 비쌌다. 대략 가격이 1박에 16만원에서 20만원 사이였다. 또한 조식도 별도로 지출(약 2만원 가량으로 기억)해야하기에 부담이 조금 컸다. (참고로 스탠포드 호텔은 미국 스탠포드호텔이 640억 원을 들여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옆에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70811.22010004415)


편하게 쉬자는 취지와 적절한 가격을 찾다보니, 통영 근처 펜션들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 중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그 펜션의 이름은 타셋 펜션이었다. 타셋은(TACET) 천천히 충분히 쉬어라라는 의미라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 'http://www.tacet.co.kr' 참고


선택한 타셋 펜션에서 우리는 루체라는 18평짜리 복층이 있는 곳으로 정했고, 2박 3일 여행 중 1일은 온전히 이 곳에서 '쉼'을 청하자고 다짐하며 여행을 떠났다.


자동차를 타고, 통영까지 약 4시간여를 달리다 보니 드디어 통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통영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배채우는 일! 이었다. 1달 전, 통영을 먼저 다녀온 이모네 가족으로부터 전해들은 맛집을 찾아갔다. 맛집이름은 '동백회식당'!! 이곳에는 해물된장뚝배기랑 해물갈비찜이 유명한 것 같았다. 그 중에 우리는 이모네로부터 검증된 해물된장뚝배기를 먹었다. 




맛을 평가하자면, 음,,, 된장 국물 맛이 해물들과 어울려 맛있었다. 그리고 반찬들도, 맛있게 잘나왔다. 낙지젓?은 2그릇이나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안에 해산물들도 싱싱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기도 하다.


통영에 와서 배도 채웠겠다, 다음으로 우리가 간 곳은 통영의 유명한 명소! 동피랑 마을! 동피랑 마을은 통영의 성곽 중 북포루가 위치한 곳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로, 벽화가 그려져 아름다운 동네로 알려져 있고,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많은 카페가 즐비해있었다. 



우리는 여러 카페 중 해마루언덕 카페로 올라갔다. 


카페에 올라가니 나이 지긋히 드신 어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시키려고 하는데,,,, '현금'으로 밖에 계산이 안된다고 하신다... 미처 현금을 챙겨오지 못해서 난감하던 찰나, 어머니께서 '계좌이체'는 가능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얼른 냉큼 계좌이체를 하고 나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다. 


해마루언덕에서 짝꿍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책을 읽었다. 햇볕이 얼마나 좋던지, 뜨겁긴 했지만 차가운 바람과 풍경으로 너무너무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 


카페를 뒤로 하고, 우리는 통영시내를 조금 걸어다녔다. 그리고 이순신의 거북선을 재현하여 만들어놓은 거북선 3척과 판옥선 1척에 올라타서 다시 한 번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살펴보았다. 예전에도 한 번 와서 보긴 했지만, 이번엔 짝꿍이랑 같이 와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 번 거북선을 타고, 구경을 해보니 몇배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가 조금씩 산 뒤로 숨으려고 할 때, 우리는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남망산 조각공원은 통영시 문화회관(?)과 같은 곳에 있는 곳으로, 통영 시내와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해가 조금씩 저물고, 어둠이 내려오자 배 불빛, 가로등 불빛, 가게와 집 불 빛으로 온통 반짝반짝 하였다.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통영의 밤이었다.




야경을 보고나서 우리는 출출해졌다. 그래서 통영 시내의 하나로마트로 가서 돼지고기 1근과 야채, 맥주를 사고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셋 펜션으로 향했다. 타셋 펜션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오후 8기 45분. 차에서 내리니 타셋 펜션 직원 분이 우릴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 방을 알려주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주셨다. 우리는 바로 지금 당장 '그릴'이 필요하다고 했고, 직원 분께서는 그릴을 가져다 주셨다. 그런데,,, 한 가지 안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빌린 루체 방은 테라스가 작아서 '그릴'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펜션 자체에 있는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좋았던 것 같다. 고기를 우리가 묵는 방 혹은 테라스에서 고기를 먹으면 냄새도 나고, 오히려 치우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펜션 식당에서 고기를 먹음으로써 냄새는 물론 각종 식기도 빌려서 사용할 수 있었고, 뒷 정리도 밍기적밍기적 거리지 않고 바로 치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맛있게 고기를 구워먹고, 우리가 묵을 방으로 들어왔다. 



와아- 사진에서 보던 그 방이다. 방은 정말 예뻤다. '에이 그냥 그렇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좋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이 날은 우리가 펜션에서 하루 종일 있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본 타셋 펜션 루체 방은 더 이뻤다. 


방의 이쁨을 뒤로 하고, 펜션에서 제공해주는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조식 식단은 토스트와 오렌지, 방울토마토, 치즈, 시리얼, 우유, 쥬스, 스프로 구성돼있었다. 간단하지만, 그 어떤 숙소도 알차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조식을 먹으면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마시는 커피,,,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계획한 것처럼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뒹굴 했다. 짝꿍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책도 읽고,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쉬었다. 그러다 어느 덧 날이 저무는 시간이 왔고, 이곳의 일몰을 보게 되었다. 


일몰은 너무나 아름답고, 이뻤다. 마침 하늘에 얇은 비단 커튼이 걸쳐진듯 했고, 그 위에 연붉은 태양의 빛이 물들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까지,,, 너무나 완벽했다. 바람도 시원하고, 짝꿍도 좋아하고,,, 이 시간이 너무 좋았고, 이것이 여행이 아닌가 싶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니 배가 출출해졌다. 우리는 이번엔 회를 먹어야겠다며, 통영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통영 중앙시장에서 우리는 광어, 우럭, 돔 3마리를 3만원에 샀다. 원래 좀 더 흥정을 해보려 했으나 우리가 너무 허기진 상태였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1인분에 5천원이고, 2인분이상 포장이 되는 충무김밥을 포장했고, 나머지 맥주와 와인 등을 롯데마트에 들러서 산 다음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다.


허기진 상태에서 시장에서 가져온 회를 맛있게 먹고, 맥주도 먹고, 그렇게 타셋에서의 마지막 숙박을 보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우리는 통영을 한 눈에 들어다볼 수 있는 미륵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미륵산은 400여미터의 산으로, 통영시가 관광객들을 위해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정상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우리가 갔던 그 날은 케이블카 점검으로 인해 탈 수가 없었다. 아마 9월 20일 지나서까지 케이블카 점검을 한다고 한다.


미륵산 정산은 가고 싶고, 처음부터 등산은 하기 싫고,,, 고민하던 찰나에 조금 쉽게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알아냈다. 그것은 '미륵사'라는 곳까지 차를 타고 가서, 그곳 주차장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우리는 미륵사까지 쭈욱 가서, 차를 대고 미륵산 정상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륵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약 1km이며, 시간은 대략 30~4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여행까지 와서 짝꿍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하면서 올라갔다. 선선해지긴 했지만, 햇볕이 뜨겁고, 가파른 곳이 조금 있어서 나도 좀 힘들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니 어느 덧 정상이 나왔다. 


'와 - 이쁘다, 시원하다' 


짝꿍은 시원한 바람이 쌩쌩불어와 10분만 있어도 추울 것 같은 곳을 찾고서, 땀을 식히고 나서, '아 이제 풍경이 보인다'라고 하며, 풍경을 즐겼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비록 12시 경에 올라와서 그늘 한 점 없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한 동안 산 정상에서 한려수도를 지켜봤다. 


우리가 묶었던 타셋 펜션도 봐보고, 한산대첩이 있었던 바다도 보고, 소매물도, 홍도도 구경하고,,, 지금 돌이켜보면 잔잔한 바다와 시원한 바람, 사랑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미륵산 하산을 끝으로 통영 여행을 끝마쳤다. 1년여만의 휴가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던 나였다. 4시간여 걸리는 통영까지의 여행이 온전한 '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여행이 아니였나 싶다. 


여행 중 묵었던 숙소와 식당, 만난 사람들, 무엇보다 함께 있어준 내 짝꿍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나이길 바라본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지 어언 1년째
난 그 누구보다 남편으로서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좀 더 여유롭게,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도록 해야하는데
아직도 아이와 같이 나 힘든 것만 이야기하며
나를 이해해주려는 아내에게 힘들고 지친 모습과 함께
짜증을 내는 듯 하다.

미안하다. 모든 문제가 내게서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요즘 성당을 자주 나가지 못해서
내 마음을 다 잡아줄 시간이 많이 없어서 내 스스로가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 내 감정이 어떤지
내 스스로 내 생각이 어떤지
알게 된 순간부터
과연 나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에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나는 과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그나마 나의 믿음, 나의 안식처였던
성전을 멀리하고 있는 요즘
나는 더욱 더 정신없이, 살아지는데로
살아져가고 있다.

이젠 조금은 달라지자
그렇게 되도록 매달리자
부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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